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쟝르가 코미디라 웃긴 이야기 일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바튼 고등학교에서 외롭고 쓸쓸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야하는 3명의 이야기다. 1970년대 크리스마스 연휴 미국 명문고 '바튼 아카데미'의 고집불퉁 역사 교사 폴 허넘, 사고뭉치이자 낙재생인 앵거스 털리, 아들을 잃은 주방장 메리의 이야기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연휴로 텅빈 학교에서 평소와 똑같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중 현장학습이란 명목으로 보스턴으로 간다. 여기서 각자의 아픈 이야기를 알게 된다.
폴은 학생들에게 '바튼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보스턴에서 우연히 만난 하버드 동창에게 앵거스 털리가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책도 쓰고 해외로 강연도 다닌다고~ 앵거스는 "선생님은 왜 거짓말을 하세요? 라고 묻는다. 사실은 "하버드 재학시절 논문을 도용했다는 누명을 쓰고 퇴학 당했단다."라며 폴은 아픈 상처를 말해준다. 앵거스 털리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와 돈 많은 새아버지에게 휘둘리는 엄마로 인한 상처가 있다. 메리는 아들이 버튼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에 갈 돈이 없어 군 입대후 군 장학금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한 상처가 있다.
영화는 신나고 재미나진 않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이 옳고 그런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용. 동질감. 중재자 등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완고한 고집불퉁 선생님인 폴은 크리스마스에 보스턴에 가고 싶다는 털리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리가 소원도 못 들어 주냐는 핀잔을 하자 셋은 보스턴으로 향한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 사람의 온기가 났다. 세 사람의 보스턴 여행은 그들만의 아픔을 보듬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폴 선생님이 말하는 '인생은 닭장의 횟대와 같다'. 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고 주의해야 횟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한다. 명문 바튼 고등학교엔 닭이 아니라 농장주 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 곳에 폴과 같은 매너를 갖추고 잘못된 것에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진정한 선생님이 있다. 털리가 아빠가 있는 정신병원에 간 것이 화근이 되었다. 결국 폴은 털리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학교에서 쫒겨난다. 앞으로 계획도 없고 거처도 없지만 당연한 일을 했다는 표정으로 짐을 싸는 모습에서 '위대한 스승'이란 생각을 했다. 메리 또한 짐을 싸는 폴에게 빨간 리본을 단 노트를 선물한다. 폴은 빈노트를 보며 " 이걸 다 언제 채우죠?" 라고 묻자 " 당신은 그게 문제예요. 한 글자씩 채워 넣어요." 메리는 폴에게 학교는 잃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이유와 꿈을 일깨워준다.
스승의 참모습을 보여준 폴과 이런 가르침을 받은 앵거스 털리. 영화를 보며 그들의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해 본다. 메리는 새 생명 조카가 태어남으로써 새 희망을 얻는다. 아들을 잃은 상처는 조카의 대학 등록금을 보태야 한다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 영화를 보며 사람은 돈도 권력도 아닌 '희망'으로 인생을 살아 낼 수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런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 위해선 시대와 세대를 아우러는 '사람간의 온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