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인데, 내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니

쩡킴의 사는 이야기 2025. 6. 23. 14:40

 [서평]  데이비드이글먼의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무의식'은 지각되지 않은 상태의 정신 활동으로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오늘 내가 한 행동, 생각, 말들이 내 스스로 의식하고 절제하고 통제해서 나온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스스로 한 일들이지만 내 마음이 작동하는 과정은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루진다는 사실. 이토록 놀라운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 데이비드 이글먼의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2024년 11월 출간)>이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데이비드이글먼 / 알에이치코리아

 

책은 우리의 행동과 생각들이 무의식적인 뇌 활동에 의해 어떻게 지배되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무의식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저자는 무의식을 '빙산'에 비유하며, 의식은 그 위에 떠 있는 부분일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선택과 행동들이 모두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와인을 선택할 때 음악의 영향을 받는 실험을 제시하며,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비 형태를 보여준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저자는 이 다른 생각들을 일컬으면서, 각자 '두개골 속의 1.4kg 기관인 젤리 같은 농도의 분홍색 기관은 우리에게 낯선 계산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행동들은 우리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엔 '나'의 무의식 힘에 의해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에 대한 논증을 우리 마음이 다른 '정당'과의 토론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와 실험으로 대신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우리 인식이 그 세상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세세하게 온전히 보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 또한 거짓이다. 실제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내가 속해있는 사회현상까지 뇌를 통해 재구성한다고 한다. 내가 인지하는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각종 분야의 정보들을 뇌가 필요에 따라 해석하고 편집한 결과다.

이 과정은 나도 모르게 거치는 과정에서 쉽게 왜곡된다.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인지하거나 기억하는 선에서 정확성을 말하겠지만, 이는 실제로는 나의 뇌가 이야기를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무의식이라고 계속 강조한다. 가령,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호흡 조절이 중요한 운동도 처음엔 어렵지만, 수련을 통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힘든 줄 모르고 운동에 집중하게 된다. 복식 호흡이나 흉곽 호흡에 필요한 근육의 움직임이 무의식적으로 뇌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이 문장이 내게는 제일 인상 깊었다. 저자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깨닫는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를 말하는 '정체성'은 과거의 경험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과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말에 내 삶에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나은 나의 정체성 재정립을 위해 내 무의식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금씩 변화시켜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어쩌면 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잃고 살았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부환경이나 타인의 기대에 의해 나를 정의하려 하지만, 진정한 자아는 무의식에 잠식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책을 다 읽고 '내가 스스로를 얼만큼 제어 하면서 살고 있나'라 자문해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선택의 반복을 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도 무의식을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는 걸까. 스스로 익숙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길도 간다는 생각으로 앞으로의 나를 새롭게 정립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 내 선택의 진짜를 알고 싶은 사람이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