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우리 모두의 모습, "스토너"

쩡킴의 사는 이야기 2025. 2. 23. 14:42

저자/ 존 윌리엄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일상이 차분해진 요즘, 손에 잡히는 대로 다시 읽기 중이다. "스토너"를 통해 한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요지부터 말하자면 다시 읽어도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 스토너의 삶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으니..... 그런데 다시 읽기로 만난 스토너에게 연민의 '슬픔'을 느꼈다.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머릿속에 남는 한 문장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성찰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1965년 출판된 이 소설은 거의 50년이 흐른 뒤에야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만큼이나 참을성이 많은 작품이었나 보다.

 내용은 간단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의 일생 이야기다.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 어느 대학에서 선진 농업 기술을 가르친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들이 대학에 가길 권유한다. 아버지는 없는 돈이지만 자식이 자신보다는 나은 농부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농업을 배우러 들어간 대학에서 스토너는 문학에 빠진다. 석사, 박사를 마치고 같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이야기는 전개된다.

 소설은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있지는 않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일들이 조용히 스토너의 일생을 통해 전개될 뿐이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화가 났고, 짜증도 났고 안타깝고 답답했고 이해할 수 없이 슬펐다. 보통의 삶을 사는 인간의 이야기를 작가는 너무나 디테일하게 전개했다.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큰 전개나 사건이 없음에도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스토너의 인생이 우리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바로 '독자'다. 그렇기에 내가 남자는 아니어도 책을 읽는 동안 나를 투영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사람의 인생을 산 것 같은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스토너가 택한 수단이다. 무관심으로 감정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의 다른 말은 열정이 사라짐, 외면, 거리두기, 객관화와 같은 방법으로 동일시된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실패한 것을 알고는 스토너는 아내에게 무관심해진다. 더 이상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아내에게 ''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정 넘쳤던 영문과 교수직도 무관심해진다. 열정이라는 피 끓는 감정이 무관심으로 바뀌는 과정이 소설에선 반복된다. 그렇게 한 인간, 스토너의 삶이 끝으로 치닫는다.

 스토너의 삶은 누군가의 지적처럼 실패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학자로서 명성을 떨치지 못했고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지도 못했으며, 사랑에 성공하지도 못했다. 그는 선하고 참을성 많고 성실한 성격이었으나 현명하다고 하기는 힘들다. 불굴의 용기와 지혜로 난관을 극복하기보다는 조용히 인내하며 기다리는 편이었다. 읽는 내내 스토너는 계속 참기만 했고 악의 무리는 승승 장구했다. 난 몹시 안타까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독한 삶이든, 화려한 삶이든 마지막에 남는 것은 똑같다는 것.  '죽음' 그는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되뇐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의 삶은 애잔 하지만 그를 섣불리 낙인 찍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질문 때문이다. 그는 삶을 관조하는 자였다. 자신의 실수 또는 남의 잘못으로 겪는 고난은 누구나 살면서 몇 번이나 겪게 마련인 고난의 사례일 뿐이다. 

 스토너를 읽는 독자들이 그의 삶을 슬프고 불행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각을 제시해 준다. 스토너의 삶은 아주 훌륭했다고~ 스토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 일에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한 방향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들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끝까지 애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작가 윌리엄스는 이 소설을 슬프다고 하는 독자의 반응에 오히려 놀랐다고 한다. 답답해 가슴을 치며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토너를 영웅처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저마다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하고.